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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마법사]

[시]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정여민 어린이

by 꿈꾸는 파도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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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이다. (사진파일임^^ 클릭하지 말 것)

영재발굴단에 소개되었던 정여민 군의 글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시집을 사서 읽고 마음에 드는 글들을 남긴다.

 

일단 대상으로 뽑힌 수필의 일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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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고, 말없이 전해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정여민 수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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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초등학생의 표현력일까? 엄마가 암에 걸려서

여민이는 시골에 내려가서 살게 되었다. 시골에서 여민이의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고, 글쓰기였다. 마음이 짠 해지는 부분이다.

다음은 시집에 담겨 있던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글 몇 편을 담아보았다.

 

할머니

 

빛을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할머니

 

밝음과 어둠의 무게는 같았고

손끝이 유일한 눈이 되셨다

밝은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사랑에 허리가 휘셨고

어두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걱정에 손끝이 닳았다

내가 할머니를 볼 수도

할머니가 나를 볼 수도 없지만

엄마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계신 곳은 빛들로 가득하지요?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엄마가 내 나이였을 적에 외할머니는 시력을 잃으셨어요.

두 손끝으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엄마를 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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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더위는 목에 둘렀고

뜨거운 열이 콧김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 두 마리가 들어섰다

 

커다란 눈망울의 두 눈은

제대로 깜빡이지도 못한 채

성난 뿔만을 향해 있고

마음은 다른 곳에 두고 온 듯했다

 

뿔이 한 번씩 몸에 '쿵' 받칠 때마다

메아리가 있는 아픔이 찾아오고

또다시 싸움이 시작될 때마다

두 눈은 아픔과 슬픔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마음이 많이 지치지 않니?

지치면 그만해도 돼!

 

몸이 많이 힘들지 않니?

힘들면 쉬어도 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과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함성이

빨간 소의 깃발을 들었다

 

수고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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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너를 만났을 때

내 콧잔등에 여름이 녹아 있었고

내 발걸음은 바위처럼 무거웠다

 

너에게 기대었을 때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었을 뿐인데

바다보다 깊은 나무 향기가 들어왔고

그 향기가 온몸을 감아

나는 나무가 되었다

 

여름 가장자리에서

가을 느낌을 안겨 준 너는,

숲이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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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깨지지 마라

아무 곳에서나 구르지 마라

 

다시 만날 조각돌 햇살을 위해

비를 참아내고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억새보다

바람을 참아 내어

 

그냥 작은 꽃 옆에서

같이 비를 맞아 주고

 

같이 바람을 맞이하는

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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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

 

너와 나 사이에 수많은 침묵이 있지만

믿음이 있기에

내가 너의 말을 들어줄 수 있고

너도 나의 말을 기다릴 수 있다

 

또 용기가 있기에

'미안하다 괜찮다' 말을 전한다

 

너와 나 사이에 수많은 틈이 있지만

배려가 있기에 내가 너의 곁에 있을 수 있고

너도 나의 곁에서 웃는다

 

그래서 오늘도 친구 사이다

그리고 내일도 친구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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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책 속의 글자도 쉬어 가는 곳이 있고

자동차가 달리던 고속도로에도 쉬어 가는 곳이 있고

해님도 구름에 가려 쉬어 가는 곳이 있듯이

바람도 쉬어 가는 곳이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도 

지금은 쉬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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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빈집

 

파란색 대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바람이 드나들며 제멋대로 밀어젖혀 놓았지만

그 문을 들어가는 사람도

나오는 삶도 없는

외톨이 문이 되었다

가슴에는 이슬을 다고

마음으로 안개를 살피는 집

 

산에는 그리움을 묻고

하늘의 달과 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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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있는 겨울

 

내 마음속에

소리가 있는 겨울이 앉는다

 

아궁이의 시뻘건 장작불 속에

고구마를 안겨 주고

군고구마를 기다리는 소리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우리 집 마당을 찾아올 때

추억이 만들어지는 소리

 

지붕 처마 끝에 달린

뾰족뾰족 고드름이

겨울 햇살을 만나는 소리 

 

얼음물 내려오는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봄 냄새를 맡는 소리

 

내 마음속에

소리 있는 겨울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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