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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마법사]

[에세이] 천 일 동안 나를 위해 살아봤더니. <박주원>

by 꿈꾸는 파도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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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법대를 졸업하고 장기간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으로 마음은 피폐해졌고 죽는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

시험을 내려놓고 천일 동안 자신을 가꾸는 일에 몰두했더니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내용의 에세이다.

 

책 속의 한 줄.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킬로그램 하중을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라도 푸드 코트는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나의 아저씨> 중에서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침실의 '백열등 부분조명'과 '하얀 침대 시트'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 보자.'

나는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병원으로 옮겼고 문제의 의사 

선생님, 아니 의사 할아버지 앞에 털썩 앉았다. '어디 한번 마음대로 

말해 보세요'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맥없이 앉아 있는데 그때 놀랍게

그 말을 듣게 된 것이다.

 

"복코네~복코. 복 들어오는 예쁜 코니까 고칠 거 없어."

당황했다. 놀란 마음에 말을 조금 더듬었던 듯도 싶다.

"네? 다들 제 코는 고쳐야 한다고들.."

내가 말끝을 얼버무리자 할아버지는 또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누가 그래? 남자친구가? 그놈이랑은 헤어져. 예쁘기만 하네."

"아니 저기 그게..."

"됐어. 집에 가 그만. 눈도 코도 다 예쁘니까 괜히 여기저기 상담한다고 

돌아다니지 말고. 정 할 거 없으면 헬스 끊어서 운동이나 해."

  나는 쫓겨나다시피 병원을 나왔다. 이게 뭔가 미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어느새 건물 밖에 서 있었다.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문전박대를 당하다시피 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 단호하고

명료한 한마디 때문에.

  "지금 그대로 예쁘다.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 안 고쳐도 된다.

바뀌지 않아도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JUST WAY YOU ARE>을 들었다.

 

매번 그녀는 나에게 물어 자기가 괜찮냐고

(Everytime she asks me do I look okay)

 

난 말하지 내가 당신의 얼굴을 볼 때

(I saw When I see your face)

 

거기엔 어떤 것도 바꿀 것이 없다고(---)

(There's not a thing that I would change)

 

그리고 당신이 웃을 때

(And when you smile)

 

모든 세상은 멈추고 당신에게 빠져 버려(---)

(The whole world stops and shares for a while)

 

난 절대로 바꾸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I'd never ask you to change)

 

만약 당신이 완벽한 걸 찾고 있다면

(If perfect is what you're searching for)

 

그럼 그냥 그대로 있어(---)

(Then just stay the same)

 

왜냐면 당신은 환상적이거든

(Cause you're amazing)

 

그냥 당신 그대로

(Just the way you are)

 

 

16년 만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조연상을 수상한 그가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간 100편의 작품을 했는데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

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 평소처럼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바이런 케이티. 그녀는 자신의 깨달음과 그 '질문' 담은 책 <네 가지 질문>

을 출간했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략> 그 막강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게 진실인가요?(Is true)?'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세상의 잣대가, 기존의 상식이라는 것들이 

말할 때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의문했다.

'너는 안 돼. 너는 엉망이야. 중년의 이혼녀에다 우울증까지 있잖아.

너는 루저야. 네 인생은 망했어. 이 패배자야'라고 쉴 새 없이 독설을 날려 대는

마음에게 물었다.

'내 말을 따라. 다들 하는 대로 따라. 뭘 별스럽게 튀려고 그래? 있는 듯 없는 듯

묻혀 가. 평범하게. 그냥'

끊임없이 재단하고, 키를 맞추고, 규격에 맞게 틀에 넣으려는 세상에게도

얼굴을 바짝 대고 깊게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그게 진실이야? 정말로, 정말로 진실이야?'

케이티는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이 생각해 온 많은 부분들, 아니 거의 전부라 할 만큼의

부분들이 '거짓'이었음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중략>

오늘도 수많은 거짓 메시지가 나를 찾아온다. 마음을 힘들게 하고, 생각을 어지럽게 

만들며, 더 나아가서는 영혼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거짓말들 속에서 무가치하다고,

보잘것없다고,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그 무수한 말 사이에서 마음이 원래 하던 대로

생각 없이, 의심 없이 한숨을 내쉬며'그렇지. 그럼 그렇겠지'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에 나는 떠올린다. 너무나도 간단한 말 한마디를.

'그게 진실인가요?'

 

눈물이 났다. 20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싫어요. 아니 오히려 어릴 적 그때보다 더욱 나는 내가 

싫어요. 나이 먹고도 이 모양 이 꼴인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스스로조차도 이토록 싫어하는 이 존재를... 정말로 당신은 사랑하시나요?

나를 용서해 주실 건가요?"

<중략>

영성체 교리에서 대충 건성으로 외웠던 <마태복음> 18장 22절이

기다렸다는 듯이 툭 떠올랐다.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할지니라."

 

그 구절을 통해 '나는 일곱 전에 일흔 번이라도 영원까지라도 너를 용서한다'라고

내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내내 기다렸다. 내내 사랑했다. 그리고 내내 용서했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더 이상 용서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행복하기로 고집한 사람은 행복하다. 인생의 여러 시련과 폭풍우가 들이닥칠지라도 

말이다. 반면, 불행하기로 고집한 사람은 불행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 가운데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행복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떤 조건도 이유 없이 그냥 

마음먹고 애써 결심하는 것일지 모른다. 100가지 이유를 붙여 인생에서 흠집을 찾아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별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행복해하고 만다.

  완벽한 상황, 완벽한 사람, 완벽한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완벽을

찾아내는, 완벽한 마음만 존재할 뿐이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 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버렸죠

 

이적 <당연한 것들>

 

책에 나왔던 just the way you are

https://www.youtube.com/watch?v=bGQMaGGr88c

 

유튜브에 있는 책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G1p5zVMAVTA&t=6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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